003. Books

[도서] 부의 대이동(1/3) - 환율과 금리 (feat. 2020 올해의 도서, YES24)

tgeom 2020. 12. 29. 14:05
SMALL

 

애청하는 삼프로TV를 통해 똑똑하고 훌륭한 분들을 많이 알게 된 2020년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애정 하는 분은 바로 오건영 아저씨다. 무식쟁이인 나조차도 오건영 아저씨의 강의를 들으며 금리와 환율과 같은 자산시장을 움직이는 인자의 기본적인 개념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들고, 미연준의 의도 또한 아주 미비하게나마 가늠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분이 책을 썼다고 하여 바로 구매하고 출퇴근하는 KTX 안에서 열심히 읽었다. 완독 한지는 4개월이 지났지만 올해가 가기 전에 이 책을 꼭 정리하고 싶었다. YES24에서 올해의 책으로 뽑혔다고 하는데, 올해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꾸준히 읽고 싶은 책 중 하나다. 

 

책의 내용은 한마디로 자산군간의 역사와 상관성에 대해 기술한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1) 환율과 금리, 2) 달러의 역사와 3) 금의 역사를 비중있게 서술해간다. 이제는 원화 강세, 금리 하락과 같은 단순한 단어가 의미하는 돈의 이동 방향을 파악할 수 있다. 이번 편에서는 환율과 금리에 집중하여 정리해보고자 한다.

 

1) 환율과 금리

삼프로TV의 김동환 아저씨가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자산군의 가격에서 가장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 환율이라고 한다. 그만큼 환율에 영향을 주는 변수들이 많다는 방증이 아닐까 싶다. 한국의 경우 달러의 주된 사용처는 원유 구입이고, 달러를 벌어들이는 주된 방법은 수출이다.

 

무역 흑자(적자)와 같은 단어를 쉽게 접할 수 있는데, 벌어들인 달러와 원유 구입에 사용한 달러의 차를 통해 무역 흑자(적자)를 이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특정 기간에 무역 흑자라면 국내에 달러가 더 많은 상태달러/원 환율이 하락할 것이라고 추론할 수 있다. 또는 유가가 상승하여 무역 적자를 기록한다면 국내에 달러가 부족한 상태로 달러/원 환율은 상승할 것이라고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여러 매체에서 원달러 환율표현하지만 바른 표기법은 달러/원 환율이며, 모두 달러 대비 원화 가치로 생각하면 된다.

 

여기서 환율에 영향을 주고받는 또 다른 인자는 외국인의 투자이다. 한국 주식/국채가 좋아 보이는 경우, 외국인은 달러를 한국에 팔고 원화를 산 후, 주식/국채를 사들일 것이다. 따라서 외국인이 한국 자산을 산다면, 국내에 달러가 풍부해지고 결과적으로 달러/원 환율을 낮추는 압력 요인으로 작용한다.

 

 

 

KOSPI가 상승하는 경우 대부분 달러/원 환율은 하락하고, KOSPI가 하락하는 날에는 달러/원 환율이 상승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할 수 있다. 외국인이 국채를 사들이는 경우 국채 가격이 상승(국채 금리 하락)하고, 달러/원 환율 역시 상승시키는 요인이 된다. 한 단계 더 나아가 국채 금리 하락은 시장금리 하락을 야기하며, 지금과 같이 부동산에 활황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꼭 이와 같은 흐름으로만 자산시장의 가격을 예측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각각의 변수들이 서로 피드백을 받으며 살아 숨 쉬는 생명체처럼 움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더 많은 변수들이 있겠지만 아래 그림에서 간단하게 자산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을 간단히 도식화해봤지만, 각 인자들의 상관관계는 마치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지인지와 같은 문제처럼 선/후 관계를 결정할 수 없는 것 같다.

 

그림 1. 자산간의 연결고리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고 들으면 금리와 채권 가격은 항상 헷갈린다. 금리와 채권 가격을 아주 쉽게 아래와 같이 설명할 수 있다.

A라는 사람이 1% 금리 예금에 가입해 예금통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바로 다음날에 금리 2%, 1년 만기 예금 상품이 출시되면, A라는 사람은 속이 뒤집힐 것이다. 하루 만에 이자가 2배가 올랐지만, A에게는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A가 돈이 필요해 예금통장을 시장에 판다면, 누가 1% 금리 예금통장을 사겠는가. 따라서 A 본인이 산 1000만 원에서 손해를 보고 금리 2% 예금통장에 준하는 만큼 할인하여 팔 수밖에 없다.

A: 2020. 12. 28일, 금리 1%, 1년 만기, 채권 1000 만원 매수 (1년 뒤 1010만 원)

B: 2020. 12. 29일, 금리 2%, 1년 만기, 채권 1000 만원 매수 (1년 뒤 1020만 원)

C라는 사람이 채권에 투자할 때, 정부가 발행하는 금리 2% 채권을 매수하는 방법도 있지만, A가 돈이 필요할 때 판매하는 채권을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도 있다.

 

그림 2.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 가격 하락

 

따라서 금리가 상승했다는 말은 채권 가격의 하락을 의미하며,  반대로 금리가 하락했다는 말은 채권 가격의 상승을 의미한다. 1970년대와 같이 미국채의 금리가 20%에 육박한다면 만기까지 채권을 보유하는 투자를 하겠지만, 지금과 같은 저금리에서 채권 만기 보유는 흔치 않는 투자이다. 현재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0.9% 수준이니, 10년동안 매년 0.9% 수익률을 위해 만기보유 하는 것 보다, 금리의 상승/하락을 통한 채권가격의 차익을 위한 투자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금리가 떨어질 것 같다(=경기가 안 좋다)고 생각되면 채권에 투자하는 게 효과적이다.

 

 금리와 채권 가격의 관계에 대한 이해가 끝났으면, 기준금리와 시장금리의 이해가 필요하다. 기준금리란 각 국의 중앙은행이 정책적으로 올리고 내리고 할 수 있는 금리이다. 한국은행의 경우 "7 일물 RP금리"를 기준금리로 정해 기준금리를 1%로 맞추겠다고 하면, 시중에 자금을 공급/흡수를 통해 "7일물 RP금리"의 금리를 1%에 맞추는 것이다.

 

이렇게 "7일물 RP금리"를 기준금리에 맞추는 작업을 공개시장 조작이라고 한다. 한국의 경우 기준금리란 7일짜리 국채의 금리인데, 기관들을 제외하면 나 같은 평범한 사람과는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금리이다. 나와 같은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금융상품들의 금리는 1년 정기 예금, 신용대출 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같은 것들이며 이러한 금리를 시장금리라고 부른다.

 

 

그림 3. 채권 만기 기간에 따른 금리

시중에 돈을 구하는 주체별에 다른 차등의 스프레드가 적용되기 때문에 기준금리의 상승/인하는 주식시장과 더불아 자산 가격에 중요한 이벤트이다. 공부를 하다 보면 "스프레드"라는 단어를 자주 듣게 된다. 환전을 할 때도, 채권을 공부할 때도, 화학 회사들의 이익 추정치에 대한 설명을 들을 때도 스프레드는 등장한다.

 

눈치껏 생각해보면 환전할 때는 기준환율 대비 은행이 적용하는 환율 차이, 채권에서는 기준 대비 금리 차이, 그리고 화학회사들에서는 원가(유가) 대비 화학제품(ABS 등)의 가격 차이를 의미하는 것 같다. 백과사전에는 "가산금리"로 설명되어있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채권 외 자산에서는 마진율 정도로 이해하면 충분할 것 같다.

 

그림 4. 스프레드의 이해

 

 

여하튼 기준금리의 변동은 다른 채권들의 금리를 변동시키게 된다. 기준금리 상승으로 인해 채권의 금리가 올라가게 되어 무위험자산으로 평가받는 미국채의 금리가 매력적으로 보이기 시작한다면, 굳이 위험을 떠안고 주식과 같은 자산에 투자하는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 또는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회사들은 기존보다 더 높은 금리로 채권을 발행하여야 하는 부담감도 생길 수 있다.

 

미국 재무부에게 돈을 빌려주면 2% 이자를 주는데, 아무리 세계 시총 1위 기업인 애플에 돈을 빌려준다고 해도 2% 보다는 높은 이자를 약속해야 할 것이다. 하물며 돈도 못 벌고 성장성도 떨어지는 A라는 회사는 훨씬 더 높은 스프레드가 적용될 수밖에 없다. 그 반대의 경우도 생각해볼 수 있다. 기준금리가 사람들의 심리 밑에서 유지된다면, 위험을 감수하려는 투자가 활발해질 것이고 돈을 못 버는 회사(좀비기업)들도 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이러한 시장금리는 크게 보면 기준금리와 연동해서 움직이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거나 내리는 행위를 통해 시장에서 거래되는 금융상품들의 금리에 압력을 넣을 수 있다. 하지만 시장금리의 상승/하락에 압력을 줄 수 있다는 의미는 중앙은행이 원하는 대로 항상 움직인다는 것은 아니다. 의도한 대로 시장금리와 기준금리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현상을 커플링 현상이라고 하며, 의도와 다르게 기준금리와 시장금리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현상을 디커플링 현상이라고 한다.

 

디커플링 현상의 가장 가까운 예로 최근 코로나 사태로 인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했을 때의 일이다. 경기 부양을 위해(=시장 금리 인하) 기준 금리를 큰 폭으로 인하했다. 하지만 한국 채권에 투자했던 해외 금융기관들의 사정은 더 좋지 않아 국내 채권을 매각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채권을 너도나도 팔려고 하면, 채권의 가격은 떨어지게 되고 이는 채권 금리의 상승을 의미한다. 이처럼 꼭 기준금리와 시장금리가 동조화 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염두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