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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입은 찐, 마지막은 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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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에서 미팅이 있었다. 지금 사는 곳에서 일산까지 차로 가면 가깝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뺑 돌아가다 못해 지칠 때쯤 도착하는 거리다. 오랜만에 오는 곳이라 점심은 일산 35년 거주자의 추천을 받아 이탈리안으로 정했다. 지인은 이곳의 오랜 단골이라, 사장님이 장사할 때마다 이곳저곳 따라다니며 가게를 방문했다고 한다. 메뉴판에 없는 요리라도 이전 가게에서 판매했던 메뉴라면 요청할 경우 때에 따라 제공받을 수도 있다고.
애 낳고 밥벌어먹고 사느라 이런 분위기 있는 곳에는 와이프와 거의 오질 못했는데, 가게에 들어서는 순간 와이프가 보고 싶어지는 그런 공간이었다. 가격대는 서울의 유명 이탈리안 레스토랑과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양이 1.5배 이상으로 푸짐했다. 게다가 와인, 위스키 코르키지도 가능하다고 한다.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에 갈 때마다 작은 파스타집에서 감베리 파스타를 즐겨 먹는데, 이곳에도 감베리 파스타가 있었다. 감베리, 게살오일파스타, 치아바타, 소비뇽블랑 한 잔을 주문했다.
감베리 파스타 첫입을 먹자마자 몸에 전율이 왔다. 메뉴 설명을 보니 브랜디로 맛을 냈다고 되어 있었는데, 브랜디의 달콤한 풍미와 새우의 감칠맛이 어우러져 정말 좋았다. 게살오일파스타도 훌륭했다. 게 내장의 고소한 맛과 게살의 감칠맛이 잘 살아 있었지만, 다시 방문한다면 감베리만 시킬 것 같다.
특히 치아바타와 감베리 파스타 소스의 조합이 굉장히 좋았고, 소비뇽블랑 한 잔과도 나쁘지 않은 페어링이었다. 하지만... 소비뇽블랑은 뉴질랜드 말보로 아닌가. 기억이 정확하진 않지만 칠레 소비뇽블랑이었던 것 같고,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다. 물론 와알못이라 그냥 느낌이 그랬을 뿐이다.
첫 입은 감격스러웠지만, 간이 꽤 강해서 점심에 술 없이 먹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웠다. 이곳은 저녁에 와인이나 위스키와 함께 충분히 즐기며 시간을 보내야 하는 곳이다. 만약 대중교통으로 편하게 갈 수 있는 곳이었다면, 와인 한 병 들고 와이프와 모든 메뉴를 도장깨기 하듯 먹어보고 싶은 그런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 거리로는 또 언제 갈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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